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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파부침주(破釜沈舟)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
 
이정랑 기사입력  2019/01/27 [15:55]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이 극적인 성어는 ‘손자병법’ ‘구지편’에 나오는 말이다.

장수가 병사들과 더불어 적국의 땅에 깊숙이 들어가 전기가 무르익으면, 강을 건넌 다음 배를 태워버리고, 식사를 마친 다음 가마솥을 깨뜨려서 전진만이 있을 뿐 돌아오지 않을 결의를 표시함을 의미한다.

 

마치 목동이 양떼를 몰듯이, 몰고 가고 몰고 오고 하지만 군사들은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한다.

 

이 계략의 중심은 병사들을 사지에 몰아넣어 ‘살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필사의 의지로 용감하게 적을 무찌르게 하는 데 있다. 『손자병법』 「구지편」에서 “사지에 빠진 후에라야 산다”고 한 말과 같다.

 

목적은 병사를 격려하여 적과 사투를 벌이게 하는 것이다. 어떤 부대가 절박한 상황에서 단결‧분투하여 생사를 돌보지 않는다면 1당 10, 나아가서는 1당 100으로 살아 나오는 틈을 찾을 수 있다. “필사의 각오로 싸운다면 산다”(‘오자병법(吳子兵法)’ ‘치병편(治兵篇‧제3’,)고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사기’ ‘항우본기(項羽本紀)’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항우는 전 병력을 이끌고 장하(漳河-하북‧하남 두 성의 경계를 흐르는 강)를 건넜다. 강을 건너자마자 타고 온 배를 모조리 물 속에 가라앉히고 취사용 가마솥을 부수고 막사를 불태워버렸다. 그러고는 단 3일분의 식량만을 몸에 지니게 했다. 이렇게 해서 병사들에게 돌아갈 마음을 먹지 말고 필사적으로 싸우라는 의지를 보였다.”

 

진(秦)나라 말기 전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항우와 그의 숙부 항량도 군대를 일으켰다. 항우의 집안은 대대로 초나라 장군을 지냈기 때문에 초나라 땅에서 일어선 장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들 밑으로 들어와 항우의 세력은 날로 강대해져갔다.


항량은 대군을 이끌고 항우와 함께 산동‧하남 일대에서 잇달아 진나라 군대를 격파함으로서 여려 차례 승리를 거두었다. 항우는 진나라 승상 이사(李斯)의 아들 이유(李由)의 목을 벤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진나라의 후원군이 대량 투입된 후 진의 장군 장한(章邯)은 정도(定陶-지금의 산동성에 속함)에서 일전을 벌여 초나라 군을 대파했다. 이 전투에서 항우의 숙부 항량이 전사했고, 항우‧유방‧여신(呂臣) 등의 부대는 하는 수 없이 후퇴했다.

 

장한은 초나라 군을 격파한 뒤 초나라 땅의 전투가 일단락되었다고 판단, 곧 황하를 건너 북쪽으로 조(趙) 땅을 공격했다. 조 지역에서는 조헐(趙歇)이 왕, 진여(陳余)가 장군, 장이(張耳)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거록(巨鹿-지금의 하북성에 속함)으로 깊숙이 퇴각하여 그곳을 고수하고 있었다. 초나라 왕은 송의(宋義)를 상장군으로, 항우를 차장군으로 삼아조를 구원하도록 했다.

 

초나라 군은 안양(安陽-지금의 산동성 조현 동남)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무려 46일을 지체했다. 항우는 참지 못하고 송의에게 빨리 강을 건너 조나라 군과 합류하여 진나라 군을 공격하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송의는 동의하지 않았다. 진군이 피로에 지칠 때까지 기다려 틈을 엿보자면서 “무기를 들고 직접 싸우는 일에서는 내가 당신만 못하지만, 앉아서 전략을 세우는 일은 당신이 나를 따르지 못한다!”고 항우를 모욕했다.

 

때는 겨울인지라 춥고 눈비까지 내려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고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송의는 자기가 제나라 대신으로 임명한 아들 송양(宋襄)을 위해 무염(無鹽)까지 나가 전송하며 송별회까지 베풀어주는 등 자신의 안락만을 추구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항우는 아침 일찍 송의의 막사로 찾아가 목을 베어버리고는 전군에게 호령했다. 겁에 질린 장병들은 아무도 대꾸하지 못하고 복종했다. 항우는 이 사실을 초왕에게 보고했고, 초왕은 그를 상장군에 임명했다.

 

항우는 먼저 경포(鯨布- 즉 英布)와 포(蒲) 장군으로 하여금 2만을 이끌고 장하를 건너 거록을 구원케 했다. 이어 자신도 전군을 이끌고 장하를 건너 북상했다. 강을 건넌 다음 항우는 바로 ‘배를 태워버리고 식사를 마친 다음 가마솥을 깨뜨려서 전진만이 있을 뿐 돌아오지 않을 결의를 표시했다.’

 

초나라 군은 전선에 이르러 진나라 군을 포위하고 식량 운송로를 차단하는 한편, 무려 아홉 차례의 공방전 끝에 진나라 군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당시 거록을 구원하려 달려왔던 여러 제후들의 군대는 근처에 수십 개의 성채를 쌓아 놓은 채 감히 달려 나와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초나라 항우가 진군을 쳐부술 때 이들 장수들은 성채 위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 초나라 군사들이 1당 10으로 분전하는 동안,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 앞에서 여러 제후들의 군대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넋을 잃고 바라볼 따름이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항우는 각 제후들의 장군들을 소집했다. 그들은 항우가 궁문을 들어올 때 모두 무릎을 꿇고 기다시피 했고, 아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항우는 제후들을 휘어잡았다.

 

‘파부침주’는 중요한 정치 책략의 하나로, 지도자가 사기를 높이고 사상을 통일시키며 중대한 결심을 내리는 중요한 방법이다. 일상 사회 활동에서 지도자는 늘 ‘파부침주’의 결심과 기개로 부하를 다독거리고, 그들과 자신을 격려하여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한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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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7 [15:55]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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