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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주대상소(誅大賞小)
"벌은 윗사람에게 상은 아랫사람에게"
 
이정랑 기사입력  2019/08/05 [09:38]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상벌은 규율을 엄하고 바르게 하기 위해 아랫사람들의 용기와 적극성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통치자는 늘 아랫사람들을 격려하는 이 최종목적에 착안점을 두어야 한다. 고대 장수들은 이 목적을 위해 상벌을 집행할 때 ‘벌은 상관에게 상은 부하에게’라는 ‘주대상소’에 중점을 두곤 했다.”

 

장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벌함으로서 위엄을 세우고, 낮은 사람에게 상을 줌으로써 규율을 분명히 한다. 벌을 분명히 함으로서 금지사항들이 지켜지고 명령이 수행된다. 따라서 한 사람을 죽여 전군이 두려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고, 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 전군이 기뻐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죽이는 일은 그 대상의 직위가 높은 데 중점을 두고, 상을 주는 일은 그 대상의 지위가 낮은 데 중점을 둔다. 중요한 자리에 있는 자를 벌로 죽일 수 있다면 이는 형벌이 지극히 높은 자에게도 미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요, 소를 치는 자, 말을 씻는 자, 마구간을 청소하는 자 등에게 상을 내릴 수 있다면 이는 상이 하잘 것 없는 자에게도 이를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로써 장수의 위엄이 세워진다.

 

‘주대상소’는 역대로 장수들에 의해 중시되어왔다. 왜냐하면 장수가 전체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주대상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군법의 위엄과 장수의 법 집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명정대한 마음과 추호도 거짓이 없는 진실성은 전체 병사들로 하여금 감히 군법을 얕보지 못하게 하고 마음으로 기꺼이 복종하도록 하기 때문에, “졸병들이 상을 받으면 공을 세우고자 하는 마음을 어찌 한시라도 잊겠는가?”

 

손자(孫子)는 오나라 왕이 아끼는 궁녀를 죽여 단번에 궁녀들을 복종시켰으며, 사마양저(司馬穰苴)는 장가(莊賈)의 목을 베어 적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모든 것은 군법을 어긴 영향력 있는 인물의 목을 베는 것이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일반 병사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극형을 받고 고위 장교들은 군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전군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당나라 때 고구려 출신의 명장 고선지(高仙芝)의 부하였던 절도판관(節度判官)봉상청(封常淸)의 엄격한 법집행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온다. 고선지를 키운 유모의 아들 정덕전(鄭德詮)이라는 자는 낭장(郎將)이었는데, 고선지와의 특수한 관계를 믿고 ‘군에서 그 기세가 자못 등등했다.’ 그가 군법을 위반 했을 때 봉상청은 그를 잡아들이게 한 후 “낭장이 어찌 이렇듯 무례할 수 있단 말인가?‧‧‧‧‧‧모름지기 이 낭장을 죽여 우리 군대를 바로잡으리라”고 했다. 그런 다음 문을 걸어 잠그고 그를 매질해서 죽이고는 얼굴을 땅으로 향하게 해서 질질 끌고 나가게 함으로서 군기를 확실히 잡았다. 고선지의 아내와 유모는 문밖에서 애타게 사정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이 일을 고선지에게 알렸다. 고선지도 깜짝 놀랐으나 공정한 법집행이었으므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 옛날 오기(吳起)는 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위(魏) 무후(武侯)는 궁정에서 연희를 베풀어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을 맨 앞자리에 앉혀 귀한 그릇을 사용케 했으며 소‧양‧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공에 따라 차별 대우했으므로 공을 세워 상을 받은 사람들의 부모와 처자식도 그 고을에서 존경을 받았다. 3년 후, 진나라가 출병하여 서하(西河) 근처에까지 이르렀다. 이 소식을 접한 위나라 병사들은 명령이 있기도 전에 스스로 장비를 챙겨 적과 대항하러 나서니 그 수가 1만을 넘었다고 한다.

 

‘주대상소’는 몇몇 소수에 대해서만 잘잘못을 처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체 국면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따라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벌은 먼저 법을 어긴 상관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아랫사람이 바를 수 없다. 상은 제일선에서 땀 흘리는 보잘것없는 병사들에게 중점을 두고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사기를 높여 병사들이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처벌’과 ‘상’은 통치수단의 두 면으로써,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방면의 수단을 배합하여 부하들에게 군법 준수의 습관을 교육시키고, 장수 자신도 수양과 자기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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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05 [09:38]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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