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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은위병시(恩威幷施)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구사한다
 
이정랑 기사입력  2019/09/08 [21:55]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적과 싸우는데 부하들이 나아가 죽으면 죽었지 물러나 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무릇 장군이 은혜를 베풀기 때문이다.”

 

은혜와 덕, 무력과 위엄을 병행하는 것은 역대 장수와 군주들이 중시한 통치 책략의 하나다. 

 

‘손자병법’ ‘지형편(地形篇)’에는 “장수가 졸병 보기를 어버이가 사랑하는 아들을 보는 것처럼 해야 한다. 그러면 장수와 병사는 함께 더불어 죽을 수 있다”는 대목도 보인다. 손자는 부하를 통솔할 때 반드시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구사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손자는 “그러나 장수가 졸병을 지나치게 후하게 대하여 부릴 수 없게 되고, 사랑이 한도를 지나쳐 명령이 통하지 않고, 기강이 문란해져 다스리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방자한 자식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한진춘추(漢晉春秋)’ ‘후주(後主)’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건흥(建興) 3년(225년), 제갈량이 남중(南中)을 정벌하러 나서자 마속(馬謖)이 수십 리 밖까지 전송을 나왔다. 제갈량이 마속에게 말했다.

 

“함께 일을 꾀한 지 몇 년이 되었으니 이젠 좋은 견해를 들을 수 있겠구려.”

 

마속이 대답했다.

 

“남중은 그 위치가 멀고 험하다는 것을 믿고 오랫동안 복종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그를 격파한다 해도 내일이면 다시 반발할 것입니다.‧‧‧‧‧‧ 무릇 용병의 도는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며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심리전이 상책이며 병사를 동원해 싸우는 것은 하책입니다. 바라옵건대 공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굴복시키십시오.”

 

제갈량은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5월, 제갈량은 노수(瀘水-지금의 운남성 보산현 서북)를 건너 맹획(孟獲)을 사로잡았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자신이 쳐놓았던 진의 형세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진이 어떤가?”

 

그러자 맹획이 대답했다.

 

“전에는 그 허실을 잘 몰라 실패했지만, 지금 진의 형세가 이와 같다면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소이다.”

 

공명은 웃으며 그를 풀어주고는 다시 싸워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제갈량은 맹획을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잡아들였다. 일곱 번 잡은 후에도 다시 놓아주려 하자, 맹획은 떠나려 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승상의 위엄이 이러하니 우리 남인(南人)은 더 이상 반발하지 않겠습니다.”

 

이리하여 제갈량은 전지(滇池)에 이르기까지 익주(益州)‧영창(永昌)‧장가(牂牁)‧월휴(越雟)의 네 개 군을 모두 평정했다. 제갈량은 그들의 수령들로 하여금 그 지방을 통치하게 하고, 남중 각지에 관리도 군대도 두지 않았다. 이후 그 지방 사람들은 스스로 기강을 잡고 서로 화목하게 지냈다.

 

이정(李靖)은 당나라 초기의 걸출한 군사 전략가였다. 『신당서』의 기록에 따르면, 처음 이연(李淵-당 태종 이세민의 아버지인 당 고조)이 수나라에서 태원(太原) 지방의 관리로 일할 때 이정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연이 수 왕조에 반발하여 병사를 일으키려 하자 이정이 이 사실을 고해바쳤다. 그 뒤 이연이 장안을 점령해 이정을 사로잡아 죽이려는 찰라 이세민의 만류로 이정은 죽음을 면했다.

 

616년, 이연은 이정에게 소선(蕭銑)을 정벌하도록 명했다. 처음 이정은 공을 세워 큰 상을 받았으나 곧 이어 대패하고 말았다. 크게 화가 난 이연은 이정을 질책하고 목을 베려했으나 누군가가 말리는 바람에 또 다시 목숨을 살려주었다. 이정은 공을 세워 죄를 씻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620년, 이정은 8백 명의 정예군을 이끌고 개주(開州-지금의 사천성 개현)의 만족 우두머리 염조칙(冉肇則)을 크게 무찔러 5천여 명을 포로로 잡았다. 아울러 그 승리의 여세를 몰아 개주와 통주(通州)를 수복 했다.이연은 이정에게 이전의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은지 이미 오래니 개의치 말라며 위로 했다. 이정은 이연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좋은 계략을 짜냈다. 이정에 대해 이연이 사용한 통치 방법이 바로 ‘은위병시’의 전형적인보기라 하겠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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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8 [21:55]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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