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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분수를 아는 사람
토정(土亭) 이지함이 포천 현감으로 부임했을 때
 
덕산 기사입력  2019/09/10 [08:54]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요즘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합니다.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은 때론 옹졸함과 자신감 없음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리수를 두어 인생이 좌초되지 않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 두어야 할 덕목(德目)인 것입니다.

 

요즘 조국(趙國)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사람 중, 후보자를 극렬하게 몰아붙였던 한 국회의원이 금방 자신도 아내와 자식으로 말미암아 심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극하면 변하는 것입니다. 분수를 모르고 극렬한 처사를 한 과보(果報)가 이런 것이 아닌가요?

 

선조대왕 때에 유현(儒賢)이었던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 : 1517~1578)이 포천 현감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옷은 삼베옷에다가 짚신을 신고 갓은 다 헤어진 것을 쓰고 부임하였지요. 그 고을 관리들은 새로 맞이하는 현감의 부임인지라 있는 정성을 다하여 진미(珍味)를 갖추고는 저녁 진지 상을 올렸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수저를 들어 보지도 않고는 상을 물렸습니다. 아전들은 아마도 상이 시원치 않아 그런가보다 하고는 부랴부랴 더 좋은 음식을 마련하고는 두 번째 상을 올렸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상을 물리는 것 아닌가요?

 

당황한 아전(衙前)들은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뜰아래 엎드려 크게 절을 하고는 말하기를, “황송하오나 저희 고을은 서울과는 달라서 이 이상은 더 상을 차릴 수가 없으니 그저 죽여주십시오!”하고 빌었습니다.

 

이때에야 이지함은 온화한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말하기를, “너희가 나의 생각을 몰라서 그러는군, 나는 그런 좋은 음식을 먹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저 두려운 생각이 들어 그런 것뿐이오. 우리가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하기 때문 아닌가요?

 

사치란, 언제나 가정과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유해지기까지는 그런 사치스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보리밥과 시래기 국을 가져오게 하여 부임 첫 달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가 포천에 부임한 지 2,3년 만에 포천은 눈여겨 볼 만큼 달라지 게 되었지요. 백성과 현감사이는 부모와 자녀사이처럼 되어 이지함이 아산 현감으로 떠날 때에는 온 고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서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분수를 아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건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합니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우리는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사랑도 우정도 소유하려고 들면 비극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도 신뢰감이 가지 않습니다. 내면이 허술하기 때문이지요. 말을 아끼려면 가능하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일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무책임하게 타인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나쁜 버릇이고 악덕(惡德)입니다.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로지 내 자신이 저지른 허물과 게으름을 보는 것이 분수를 아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남의 영역을 침해 하면 자신도 해치고 인간관계에도 손상을 가져 옵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더 바라지 않습니다. 분수를 지키는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같이 볼 줄 압니다.

 

그래서 작은 것도 적다고 보지 않고, 큰 것도 많다고 보지 않습니다. 세상에 물건의 양이 무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시간의 흐름도 마찬 가지입니다. 그래서 분수를 아는 사람은 오래 살아도 싫어하지 아니하고, 짧게 살아도 더 바라지 않습니다. 시간은 멈추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모든 것이 찼다가 기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형상 있는 창고(倉庫)만 채우려고 힘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무형한 진리 세계의 창고를 채우려고 힘을 씁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원(願)은 큰 데에 두고, 공은 작은 데부터 쌓으며, 대우에는 괘념(掛念)치 말고 오직 공덕 짓기에만 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큰 공과 큰 대우가 자연 돌아오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9월 1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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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0 [08:54]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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