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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신즉불기(信則不欺)
믿으면 속이지 않는다.
 
이정랑 기사입력  2019/09/29 [18:00]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육도’ ‘용도(龍韜)‧논장(論將)’에 이런 대목을 만난다.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장수를 논하는 길이란 어떤 것입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장수에게는 오재(五材)와 십과(十過)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오재라 함은 용(勇)‧지(智)‧인(仁)‧신(信)‧충(忠)입니다. 용감하면 감히 범하지 못하고, 지혜가 있으면 어지럽히지 모하고, 어질면 사람을 사랑하고, 믿음이 있으면 속이지 않고, 충성스러우면 두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손자는 ‘믿음’을 장수가 당연히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조건의 하나로 보면서 “장수란 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이라고 했다. 장수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들을 통솔할 수 있으려면, 평소 ‘믿음’으로 병사를 이끌고 믿음으로 속이지 않으며 성의 있게 병사들을 대우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병사들을 싸움터로 나서게 해야 한다. 그런 병사들은 충심으로 지휘에 복종하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은 천하 제후들을 규합하면서 맹약을 어기지 않고 이전에 빼앗은 노나라 땅을 전부 돌려주었다. 진나라 문공은 ‘90리를 양보해 물러나겠다’는 ‘퇴피삼사(退避三舍)’의 약속을 지키고도 초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패자로 우뚝 섰다. 역시 진 문공은 원(原)이라는 땅을 정벌하면서 열흘 이내로 함락시키지 못하면 철수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측근들이 계속 공격할 것을 주장했으나, 그는 이미 병사들에게 열흘만 공격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원 땅을 공격해서 점령하느니 병사들의 신임을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제갈량이 농서(隴西)로 진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장사 양의(楊儀)가 현재 4만 군사가 돌아가 쉬어야 할 때라고 보고했다.

제갈량은 즉각 짐을 꾸려 그들을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4만 명이 막 길을 떠나려는데, 위나라 군사가 기습을 가해왔다. 양의는 이들 4만 명을 전투에 가담시키고 싸움이 끝난 후 다시 돌려보내자고 건의 했다. 이에 제갈량은 군사를 부리고 장수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신의를 근본으로 삼아야 하며 이익을 위해 신의를 잃는 행위는 옛날 사람들도 안타까워했다고 말하면서, 명령대로 그들을 돌려보내라고 했다.

 

군대의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한번 한 말의 신의를 잃을 수 없다는 것이 제갈량의 뜻이었다. 그는 해당 병사들에게 모두 때맞추어 출발하라고 한 다음, 떠나기에 앞서 그들에게 부모‧형제‧처자식들이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문고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찌 너희들을 붙잡아둘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병사들은 너무 감격해서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명령했는데도 떠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제갈량도 하는 수 없이 그들을 참전 시켰다. 먼 길을 달려온 위나라 군대는 이 같은 촉나라 군대와 맞붙어 단 한 번에 패하고 말았다. 병사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것은 승리의 지름길이다. 총명한 장수라면 특히 부하 병사들의 신임을 귀중하게 여긴다. 일단 부하의 신임을 잃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초래된다.

 

‘병뢰’ ‘신(信)’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옛날 왕들은 사해(四海)를 속이지 않았고 패자는 사방(四方)을 속이지 않았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 ‧‧‧‧‧‧따라서 군자는 믿음을 큰 보배로 여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불신하여 상하의 마음이 갈라지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믿고 또 믿어 몸에 짙게 배이게 하면 천하와 통한다. 이로써 병사를 다스리면 무적이다.

 

‘백전기법’ ‘신전(信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적과 싸울 때 병사들이 죽음의 땅을 밟고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것은 지휘관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믿음과 정성을 다하면 아랫사람은 정으로 윗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싸워 이기지 않을 수 없다.

 

제갈량이 병사들로 하여금 앞을 다투어 1당 10의 필사의 정신으로 적과 싸워 대승하게 만든 관건은 군과 병사들에게 신임을 얻었다는 데 있다. 이름난 많은 장수들은 모두가 이 ‘신(信)’을 군을 다스리는 귀중한 보배로 여기고 전투의 실제상황에 적용해왔다.

 

고대의 군주와 장수들은 대부분 ‘신즉불기’의 무궁한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이론과 실제에 차이가 있고 그 출발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는 하지만, 과거의 것을 오늘에 되살린다는 과학적 태도에 입각해서 보면 옛 사람들의 훌륭한 정신은 본받고 낡고 불합리한 부분은 제거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의 목표를 하나로 일치시키고 서로 믿어 함께 적과 싸우도록 하는 것은 평시든 전시든 항상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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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29 [18:00]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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