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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불가근불가원
월(越)왕 구천(句踐)의 신하 범려(范蠡)와 문종(文種)
 
덕산 기사입력  2019/11/06 [08:51]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성어중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습니다.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 하라는 뜻이지요. 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은 중국 춘추 전국시대 때 일어났던 예화에서 인용된 것입니다.

 

마지막 승자가 된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에게는 두 명의 충직한 신하가 있었습니다. 그 신하의 이름이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입니다. 당시 월왕 구천은 경솔하게 오(吳)나라를 침략했다가 대패하여 나라가 위태롭게 되었지요. 그러나 월 왕 구천은 문종과 범려라는 인재를 얻어 힘을 비축한 끝에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다시 월나라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월 왕 구천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두 신하를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지혜를 모았습니다. 한마디로 월나라의 왕이지만 두 스승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왕과 신하의 위계를 떠나 파격적으로 사제지간의 도리를 다하였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월나라가 오나라를 이기고 강성해 졌을 때 범려는 문종(文種)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무릇 월 왕 구천이라는 사람은 목이 길고 입이 튀어 나와 매의 눈초리에 이리(狼)의 걸음을 하는 상(相)이오. 이 같은 상을 한 사람은 불가근불가원 즉, 어려움을 같이 할 수는 있어도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는 없는 것이지요. 만일 그대가 그를 떠나지 않으면 그는 장차 그대를 죽이고 말 것이오. 그러니 어서 이 왕궁을 떠나 그대의 살길을 도모 하시는 것이 좋겠소.”

 

그러나 문종은 범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범려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면서 문종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월 왕을 떠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범려가 예언하듯 월 왕 구천은 문종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가 내놓은 비밀스런 계책으로 오나라를 정복하고 전국을 취할 수 있었소. 그대가 말한 아홉 가지의 계책 중, 지금까지 겨우 세 가지만을 사용하였는데도 강대한 오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었소. 나머지 여섯 가지는 아직 그대가 구사하지도 않고 있소.

 

남은 여섯 가지 계책 중에는 나를 토살(討殺)하여 왕위를 찬탈하는 계책도 있을 수 있으니 바라건대 나머지 계책은 나를 위해 죽어 지하에서 오나라를 도모하는데 써주기 바라오.“

 

그러면서 월 왕 구천은 문종에게 자결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한마디로 문종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것이지요. 그때서야 범려의 말을 듣지 않은 문종은 후회를 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그는 죽으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남영 출신 재상이 오히려 월 왕의 포로가 되었구나. 이후 멸망하는 나라의 충신들은 반드시 나를 들먹일 것이다.”

 

사람의 관계란 멀리 하면 서운한 감정을 가진 채 소원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살다 보면, 가깝게 지내던 동지나 동료가 하루아침에 실망하여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게 오해든 배신이든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충격은 더 큰 법이지요.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적당한 처세(處世)로 살아가기란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적당한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용기(勇氣)란 무모하지도 않고, 겁을 먹지도 않는 상태라 했고, 절제(節制)란 방종도 아니요, 무감각하지도 않은 상태”라 했습니다.

 

그리고 “관대(寬大)함이란 낭비도 인색도 아닌 상태고, 긍지(矜指)란 오만하지도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가근불가원을 철칙으로 삼을 때, 비로소 관계에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티베트의 존경 받는 수도승(修道僧) 이었던 ‘아나가리카 고빈다’는 “산(山)의 위대함은 거리를 두어야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치도록 사랑하여 그 뜨거운 불꽃에 데 이고, 그것이 두려워 너무 멀리 떨어져 얼음처럼 차갑고 외롭게 지내는 어리석은 인생도 또한 많습니다.

 

이렇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 불행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 속에서 행복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우리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집착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불가근불가원’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11월 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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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6 [08:51]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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