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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노부부의 인생비극
"그 돈은 인형들을 팔아 모은 돈예요"
 
덕산 기사입력  2020/08/03 [08:54]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얼마 전, 집사람이 10여 년 전 받은 허리수술이 도져 다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퇴원 후, 집에서 회복을 하는 중인데 노쇠한 몸이 견디질 못하고 여간 힘들어하지 않고 있네요.

 

더군다나 우울증이 찾아왔는지 자꾸 눈물을 짓는데 보통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해로(偕老)한지 근 60여년 모두가 제 탓만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혼인한지 6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노부부는 모든 것을 나누었고, 모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아무런 비밀이 없었습니다.

 

단 하나 예외가 있었는데 할머니의 장롱 맨 위에 보관하고 있는 구두상자였습니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절대로 열어보지도 말고 물어보지도 말라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할아버지는 그 상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심하게 병이 났습니다. 의사는 할머니가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하였습니다. 함께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할아버지는 구두상자를 꺼내어 아내의 침대 곁에 갖다 놓았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남편에게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는 코바늘로 만든 두 개의 인형과 95,000달러(1억원 상당)의 돈뭉치가 들어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혼인할 때 어머니가 제게 일러주셨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절대로 다투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조용히 코바늘로 인형을 만들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너무나 감격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안간 힘을 썼습니다. 상자 안에는 겨우 두 개의 인형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아내가 자신에 대해 화가 난 적이 단 두 번밖에 없었다니요! 할아버지는 너무나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물었습니다. “여보 인형은 이제 알겠는데, 이 돈들은 무엇이요. 어디서 난 돈이요?” “아......!” 한참 있다가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그 돈은 인형들을 팔아 모은 돈예요.”

 

어떻습니까? 바로 이 예화는 우리 부부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요? 작년인가? 88세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는 87세 아내를 자기승용차에 태우고 강(江)으로 돌진, 동반자살 했다는 방송뉴스를 들었습니다. 그 노인은 “억대농부이며 같이 사는 자식도 곁에 둘이나 있다.”고 했습니다.

 

억대노인이 왜! 사랑하는 아내와 동반자살을 택했을까요? 노인은 자신이 아내보다 먼저 죽으면, 병든 아내의 수발을 자식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심을 했을 것입니다. 노인이 남긴 유서에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슬픈 결심을 했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유서에서 “미안하다. 너무 힘이 든다. 너희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매우 섭섭하다.”고 썼습니다. “만약에 내가 먼저죽고 나면, 너희들 어머니가 혼자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마다 밤에 잠을 못 잤다. 그나마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결심했다.”라고 적혀 있었지요.

 
끝으로 자식과 손자들 이름을 또박또박 적으며 작별 인사를 남겼습니다. 그 노인은 스스로 택한 죽음만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판단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결심을 하기 까지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노부부의 인생비극(人生悲劇)! 이 비극을 접하면서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노인들은 사소한 작은 일에도 서운해 하고, 상심하고, 눈물이 많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래서 희망보다 절망적이 되기 쉬운 것이지요. 저 역시 우리부부가 살아있는 그 날까지 그간 집사람의 비밀구두상자에 싸여 있는 코바늘 인형만큼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야만 노인의 인생비극을 겪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나머지 남은 인생은 천명(天命)에 맡기는 것입니다. 그것이 남은여생 제가 할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보네요!

 

<노부부의 노래> -태진아-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온 세월/ 구름처럼 흘러간 내 인생아/ 낯 설기만한 하루/ 또 하루가 가고/ 이 내 쉴 곳은 사랑하는 당신뿐/ 세월 지나니 후회가 되오./ 좀 더 따뜻하게 해줄 것을/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남은 날이 너무 짧아/ 미안하오. 사랑하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오./ 세월 지나니 후회가 되오./ 좀 더 따뜻하게 해줄 것을/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남은 날이 너무 짧아/ 미안하오. 사랑하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오./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오.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8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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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3 [08:54]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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