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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빈틈의 매력
돌과 돌의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
 
덕산 기사입력  2022/09/16 [08:51]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요즘 젊은 엄마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을 천재로 키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아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덕(德)이 있는 사람이지요. 사람들은 천재를 부러워하지만, 천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덕은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키우기 전에, 덕을 좋아하고 덕을 즐겨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자식들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공자(孔子)는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하여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공자와 ‘황택(皇澤)’의 일화에서 잘 알 수 있지요.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어떤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레가 가까이 가도 아이는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얘야,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겠느냐?” 그런데도 아이는 쭈그리고 앉아 놀이를 계속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 아이의 말에 공자는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수레를 돌려 지나가면서,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이름은 ‘황택’이며, 나이는 8살이라 했습니다. 공자는 바둑을 좋아하느냐고 아이에게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황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지 못하게 되거늘, 어찌 그런 바둑을 좋아하겠습니까?”

 

아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제가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하고 말했습니다. 공자가 그렇게 하라고 이르자,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몹시 추운 겨울에 모든 나무의 잎들이 말라 버렸는데, 어찌 소나무만 잎이 푸릅니까?” 공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속이 꽉 차서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속이 텅 빈 저 대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런 사소한 것 말고 큰 것을 물어보아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하늘에 별이 모두 몇 개입니까?” “그건 너무 크구나.” “그럼 땅 위의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그것도 너무 크구나.” “그럼 눈 위의 눈썹은 모두 몇 개입니까?”

 

아이의 질문에 공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대답에 놀란 공자는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냐고 하고는, “자식을 못 낳는 아비는 누구냐?” 그러자 아이는 “허수아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은 무엇이냐?” “반딧불입니다.” 그러면 “고기가 없는 물은 무엇이냐?” “눈물입니다.”

 

아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놀란 공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고 생각하여 아이를 가르쳐 제자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아이가 머리는 좋으나 덕이 부족해 궁극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봤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수레에 올라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실제로 황택의 이름은 그 이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천재 성은 천재 성에서 끝이 나고 말았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머리로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머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가슴>이 미치는 영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휠 신 큽니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씩 남겨 놓는다고 합니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르지요.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 씩 꿰어 넣습니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부족한 듯이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미와 매력을 느낍니다. 제주도의 돌 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돌 담을 살펴보면, 돌과 돌의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가 있는 빈틈이 있어야 하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리적 틈새가 아닌 제 3의 공간인 틈새가 존재할 때, 비로소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처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이지요.

 

그러므로 머리에 앞서 덕을 쌓고, 덕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덕이 없고 재주만 있다면, 곧 끝이 보이게 됩니다. 우리 조금은 빈틈을 보이고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조금은 바보 같이 살고,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뛴다.>는 것이고, <빈틈의 매력>입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빈틈의 매력을 키우고 덕을 쌓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 아닐까요!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원기 107년 9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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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9/16 [08:51]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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