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세상에 복(福)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재물 복도 있고, 관운 복, 수명 복, 아마 인연 복 등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 말씀에 ‘복 중에 제일은 인연 복’이라 하셨지요.
저는 재물 복도 없고, 재주도 없는 사람이지만, 인연 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권투 판에 뛰어들었다가 인생 막장 속에 헤맸습니다. 그래도 불연(佛緣)이 있어 《일원대도(一圓大道)》를 만났고, 비로소 제 인생의 스승과 도반(道伴) 동지(同志) 여러분을 만난 것입니다.
그 스승님의 말씀에 “지옥에 퐁당 떨어질 인간을 건져 주었더니, 건져 준 값도 안 준다”라고 웃으십니다. 이렇게 세상에는 복 중에 제일인 ‘아름다운 인연’이 많을 것입니다. 그중에 ‘아름다운 인연’이 있어 소개합니다.
【저는 예순 중반의 할머니입니다. 저는 한 대학교의 의대 교수인데요.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저의 집은 아주, 가난했고, 여자애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집안일보다는 공부에 흥미가 많았어요.
몰래 학교 창문으로 들여다보며, 한글을 익히고 산수를 공부하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했어요. 그런 제 삶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건 젊은 여 선생님이 오시고 부터였어요.
시내에 있는 유일한 중학교에 부임하신 선생님은 제가 야트막한 산기슭에서 쑥을 뜯다 말고 누가 놓고 간 책을 읽는 걸 보시고 저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몇 년 간 공부가 계속되면서 저는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 말씀대로 서울에 있는 의과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1학기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사고, 시내 중학교로 갔더니 선생님이 그만두셨다는 거예요. 결핵에 걸려서 수업 시간에 피를 토했고, 그 이후로 학교를 그만두시고 요양을 떠나셨다는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학교 선생님마다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어디로 요양 가셨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어요. 아무 에게도 말 안 하시고 떠나셨다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덕택에 저는 대학 병원에서 계속 일 하다가 순환기 내과 교수가 되었지요. 그 후 저는 결혼을 해서 딸을 하나 두었어요. 선생님을 떠 올리며 딸 이름을 선생님과 같은 ‘선희’라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딸이 다 커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요.
사위는 고등학교 교사였고 아주 선한 인상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결혼식 준비는 원만하게 진행되어 양가 부모의 상견례 날이 되었어요. 저는 약속 장소인 한 정식 식당에 조금 일찍 도착했지요.
그런데 식당 계산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자꾸 어디서 본 것만, 같아 가까이 다가갔어요. “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저를 본 여자 분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물으시더니 한참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저도 한참을 바라보았고요. 아무래도 낯이 익었으니까요.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유선희 선생님 아니신가요?”라고 하자, 그분도 “너, 순정이니?”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저는 통곡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요. 선생님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저를 끌어안으셨지요.
저는 상견례 얘기를 했지요. 선생님은 예약자 이름을 보시더니 놀라시며 “네가 선희 엄마였니?” 저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사위가 닮고 싶었던 큰어머니가 선생님이시라니!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 수 있는지, 하늘은 계속 우리를 잊지 않고 지켜보시고 있다가 이렇게 엮어서 저와 선생님을 만나게 해준 것 같았어요. 그날 상견례가 끝나고 저와 선생님은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처음 요양을 마치시고, 다시 복직 하시며 결혼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결국 교사를 그만두셨고 집에서 지내시다가 가끔 남편이 경영하는 한 정식 식당에 나와서 계산대를 봐주고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씀을 듣고 돌아와서, 호흡기 쪽의 내로라하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싹 돌렸어요. 그리고 대학 병원 내에 인맥을 총동원해서 선생님이 VIP 병실에 입원할 수 있게 했지요.
부모님 만큼이나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선생님을 치료해 드릴 수 있으니까 저도 기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들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선생님도 그동안의 치료로 많이 좋아지셔서, 곱게 한복을 입고 결혼식 장에 오셨어요.
결혼식이 진행되고, 딸과 사위가 우리 부부와 사돈 부부에게 차례대로 인사를 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생님 앞에 가서 선생님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선생님은 건강을 회복하셨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십니다. 이제라도 조금이나 마 선생님의 은혜 보답하며 살고 싶어요.】
어떻습니까? 이 이름다운 인연이요? 복 중에 제일은 인연 복입니다. 우리 두루 인연을 맺어 저마다 아름다운 인연을 펼쳐가면 어떨까요!
단기 4357년,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원기 109년 5월 24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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